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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일기

일상에서 혐오 조장이 자연스러워진 사람들, 이대로 괜찮은건가?

by 셜리 2023.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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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의도치 않게 어떤 일에 혐오 양념을 살짝 섞어서 부정적으로 왜곡하고, 그것을 바로 확신으로 연결하는 사람들을 부쩍 많이 보았다. 주로 사회면 혹은 정치면에서나 보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내 주변에서 연쇄적으로 직접적인 목격을 하게 되니, 이건 마치 기이한 기상 이변을 겪는 기분까지 들었다.

 

- 남의 말을 들을 때는 따로 상상해서 듣지 말자.

얼마 전에 모 기관의 정부 심사를 하러 갔었다. 거기서 이의신청 건을 판정하는데 난항을 겪는 사례가 있었다. 지원사업에 선정된 후 새로운 참여기업을 추가하겠다는 내용의 변경 건이었다. 관례적으로 보나 형평성으로 보나, 이런 변경 건은 일반적으로 받아 들여지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인지, 이 요청사항은 거절되었고, 이에 대해 해당기업이 이의 신청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날 참여한 심사위원들 사이에 참여기업 추가 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어서, 그 이의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해당 기업은 서류를 보강하여 다시 이의 신청을 하였고, 나는 다시 한번 더 심사의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발표를 듣기에 앞서, 이의 신청 서류를 보는 단계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이전 평가에 심사 위원으로 자리했던 한 위원이 입을 떼었다. 지원 사업 신청 단계부터 고려했던 기업을 참여 기업으로 추가하지 않았으나, 이제 선정되었으니, “내정”했던 기업을 참여 기업으로 추가하고 싶다라는 말을 심지어 해당 기업의 대표라는 자가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그 대표의 지원 사업에 대한 의식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의견도 덧붙였다.

 

내가 옆에서 듣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아니다, 나는 그렇게 기억하지 않고 있다. 그 기업이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는 했으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전에 잠시 고려했던 기업을 참여 기업으로 추가하겠다고 했지, “내정”되어 있다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내 기억엔 그러하지만, 듣기에 따라서 그렇게 오해할 여지는 있었겠다라는 말을 덧붙여서, 듣는 상대방 심사위원이 너무 기분 나쁘지 않게 조심하며 기억의 오류를 지적을 했다.

 

사실 이건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라 생각했기에, 나는 조심스러웠지만 해야 할 말을 했다. 게다가 사전에 심사 위원들간에 의견을 나눌 수 없는 게 일반적인 원칙인데, 본인은 팩트라고 판단하고 얘기한 것이겠지만, 개개인의 심사 위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잘못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에 무안해진 심사위원의 표정을 애써 살짝 외면했지만, 다행히, 그분은 내게 특별한 반감을 보이지는 않았기에, 개인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심사 위원이 해당 기업을 심사하는 내내 고의성 여부에 대해 노골적인 질문을 해대었다. 옆에서 보기에도 불편함이 느껴졌다. 왜냐면, 그 분은 이미 마음 속에 저 기업 발표자가 그런 말을 했었다고 생각을 굳힌 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질문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한때 나도 정부지원사업에 지원해서 대면 발표를 할 때 무례한 질문들이나 태도들을 많이 겪었던 터라, 불편한 감정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도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발표자에게 자신이 원했던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아...이분도 다소 망상적 기질이 있구나...어떻게 발표자가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 말을 했다고 확신하지?”

 

내정이라는 단어로 판단에 혐오를 불러 일으켜서 다른 심시 위원들에게 그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실제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탓인지, 그 이의 신청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는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 밉다고, 없는 일 만들어내지 말자.

지난 몇개월 동안 영어 모임에 참여하면서 영어 공부를 즐겁게 해왔었다. 그러나 최근에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하면서, 모임에 대한 큰 회의를 갖게 되었다. 나이 들어서는 모임 같은 곳에서 사람들하고, 특히 남자들하고 어울리는 건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드는 순간이었다. 남자 회원들 눈에는 맘에 안들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이 보기에 다소 불량한 면이 보였던 다른 남자 회원을 그 모임에서 강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주관적인 판단이었다고 쳐도 문제 있는 회원을 정리하는 것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하지만, 문제는 그러는 과정에서 적어도 3가지 범죄 정도는 저지른 듯하는 데에 있었다. 예를 들어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무고죄, 모욕죄 정도? 내가 법을 잘 아는 것은 아니라서 정확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적어도 범죄인 것은 명확해보였다. 그 사람을 내쫒기 위해서 부족한 명분을 찾다가 그런 것인지, 애먼 여러 사람 핑계를 대고, 거짓말도 많이 하는 과정에서 거기에 휩쓸려 들어가 맘 상한 이들도 너무 많아졌다.

 

이후에 문제의 남자 회원을 강퇴시킨 핵심 멤버들 중 한 명이 내게 와서 굳이 묻지도 않은 말에 머라머라 변명을 하는데 심히 가관이었다. 요약해서 말하지면, 그 사람을 계속 나두었다가는 여성 회원들이 모두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것과 같은 일이 발생할 것을 자신의 경험과 지혜로 막았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요즘 칼부림 사건도 많이 나는 시국에, 그런 불상사도 생길 뻔한 것을 자신이 막았다는 것이다! ...이런 망상이 있나?

 

두어달 사이에 위와 비슷한 일들을 직간접적으로 일련의 사건처럼 주르륵 마주하다보니, 문득 이게 일종의 사회적 현상이 되어버린 느낌마저 들었다. 코로나로 서로 마주하는 시간이 적어져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5,6년새에 특히 정치권에서 특정인들에 대해 목적을 갖고 혐오 이미지 를 조장하는 행동을 꾸준히 보여준 탓에 국민들이 배운 것일까? 이제는 일반들의 말과 행동에도 묘하게 닮은 구석이 느껴져서 말이다.


- 불만있다고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자.

몇 달 전에는 지인이 내가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을 해서 불쾌하다며 크게 화를 내서, 듣던 나는 처음에는 내가 정말 그런 의도는 없었는데, 상대에게 상처를 주었는가 하고 크게 당황한 적이 있었다. 집에 돌아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보다 근본적인 부분이 발견되었는데, 그는 내게 직접적인 불만을 얘기하기보다는, 그의 머릿 속에서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내었다는 판단이 들었다. 참으로 난감한 기분이었다. 앞으로 이 친구와 어떻게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앞으로 무얼하든, 그는 나란 존재를 나쁜 쪽에 의미를 두고 싶어할 것같아서다. 게다가 그의 주변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속닥거리는 이들이 누구인지도 대충 알 것같기도 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다 자기 그릇대로 받아들이는 거다. 시간이 지나면 일정 부분 정상으로 돌아오기도 하겠지만, 실제로도 그랬다. 그래서 그 친구는 지금 내 눈치를 보고 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우리의 관계성에 대해 자신이 없어졌다.

 

 

 

과거에 한참 시끄러웠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일명 타진요 사건이 새삼 다시 떠오른다. 조금 잘난체 하는게 눈꼴시려웠던 차에 아름다운 여배우하고 결혼까지 하니, 시샘이 극에 달했던 찌질한 남자들이 주축이 되어 신나게 해대었던 마녀사냥질이었다. 당시에 나는 그저 일부 사람에 국한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퍼져서 나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되는 것을 보고 꽤나 충격을 받았던 일이었다. 그들의 주장의 맞고 틀림의 여부를 떠나, 그들의 논리는 매우 허술했다. 그런데도 그런 어처구니없는 논리에 사람들이 설득되더라!

 

그 후로 요즘의 혐오 조장적 사고들을 보면 더 발전하기도 했지만, 더 단순해지기도 한 듯하다. 무언가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관련 사실을 파악하고 판단하려하기 보다, 그 생각을 강화시킬 수 있는 부정적인 단어들이나 이야기들을 덧붙여서,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버리고 대상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평범한 사람들 사이 조차에서도 강해진 느낌이다.

 

이제는 혐오 조장이 일상에서 너무 만연된, 어떤 사고 방식이 된 것이 아닌가 우리 모두 스스로 점검해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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