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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다

[글쓰기33일] 마녀사냥 :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본질과 상관없이 미워하게 만들 수 있나

by 셜리 2022.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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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묵은 이야기지만, 내게는 한국 사회에 대해 강렬한 공포를 느꼈던 사건이었다. 처음에는 허술하고 요상했던 음모론 같아 보였지만,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모임) 커뮤니티의 집요하고 반복적인 주장들은 점점 일반 사람들도 타블로에 대한 의심을 두게 만들었다. 지루했던 검증의 시간을 지나, 타블로가 학력 위조를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에 따라 그들의 주장에 힘이 사그라들기는 했지만, 타진요의 활동은 나름의 의미 있는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본질과 상관없이 미워하게 만들 수 있나

당시에 혐오 조장을 목적으로 한 성공적인 실험의 표본이, 누.군.가.에.게.는. 되었던 것이다. 그 뒤로 나는 다양한 형태의 마녀 사냥들이 시도되거나 성공하는 것을 계속해서 목격했고, 어떤 면에서는 일상이 되어가는 느낌마저 들 때도 있었다. 그래서 어쩌면 나도 저렇게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겠다 싶어서 잊히지 않는 사건이 되었다. 처음에는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접해 보였던지, 타블로의 거짓 학력이 사실이어도 이런 엉터리 커뮤니티 때문에 그 거짓이 묻힐 수도 있겠다는 염려 아닌 염려를 하게 될 정도였다.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알고 싶은 마음에, 나는 타진요 커뮤니티에 가입을 해서 내용을 들여다 봤었다. 그들의 논리는 이랬다.

A는 B와 같아야 하니, 와와, 그래서 B는 C와 같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오, 그리고 C는 D로 연결되기 마련이죠, 그렇기에 E라는 결론에 이르러야 하는 게 아닙니까! 그런데, 타블로는 그게 아니라 E2로 연결이 되었어요, 와, 참 정말 나쁘지요?

 

당신은 이 논리의 문제점이 보이는가? 이 논리에는 A가 B와 같아야 하는 당연성의 근거가 없었고, E는 되고 E2로는 귀결이 될 수 없다는 당연성에도 역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었다. 당시에 그들의 주장 중에는 학위 증명서 양식이 해당 대학의 양식과 타블로의 것이 로고나 도장의 위치, 형태 등이 다르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 있었고, 이를 대중에게 설득하기 위해 위와 같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의 논리를 펼쳤다. 다른 수많은 그들의 논리와 주장도 있었겠지만, 당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라 지금은 이것만 기억하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몇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 당연성에 대한 의문 : 왜 반드시 A가 B와 같아야 하고, E는 되고 E2는 될 수 없는 거지? 시간이 흐르면서 문서 양식도 바뀔 수 있고, 도장 모양도 좀 바뀔 수 있는데?
  • 쓸데없이 길고 긴 논리 : 이들의 논리는 간결하지 않고, 왜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빙빙 돌려가며 이야기하지?
  • 감정적 표현의 과다한 남용 :  주장과 주장 사이에 감탄사나 혐오의 감정들이 왜 많이 들어가지?

그래서 이런 류의 글들을 타진요 커뮤니티에서 접하고는, 나는 '너무 허접하네, 이걸 누가 믿어?'라고 가볍게 생각해버리는 오판을 했다. 세상은 내 생각과 다르게 그들의 집요하고 반복적인 주장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결국 타블로는 전 국민의 마녀사냥 타깃이 되어 탈탈 털렸다. 가엽다는 생각이 들어서 타블로의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응원의 글을 남겼었다. 당신이 학력을 위조한 사람이 아니라면, 지금 많이 속상하고 힘들겠다고, 그런 글을 남겼던 것 같다. 그러자 누군가 내게 답글로 쌍욕을 해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너도 타블로처럼 탈탈 털어주겠다고 협박을 했다. 그래서 그러시라고, 그런데, 어쩌나, 뒤져봐야 망신 줄 법한 사진도 안 나올 텐데, 어렵사리 성공해도 내가 유명하지 않아서 가성비 떨어질 텐데, 수고 많이 하시라 답했다. 물론 그 뒤로도 답글은 쌍욕으로 도배되었다. 그럴수록 타블로의 진실 여부와 별개로, 타진요는 있어서는 안 될, 잘못된 미친 집단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혐오는 너의 행복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고도, 믿지 않는 이들도 꽤 되었고, 평소에 타블로가 잘난 체했기 때문에 그럴만했다고 말하는 이들도 꽤 되었다. 너무나 평범한 이들도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하는 모습을 보며, 부끄럽지도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의 지인 중에도 맹렬하게 타블로를 비난했던 이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틀리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트위터에서 말했던 것을 우연히 보았다. 당시에 나의 다른 지인이 문제의 그에게 타인을 그렇게까지 비난하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가 트위터에서 서로 간의 공방이 벌어졌고, 그 끝에 그런 공언을 했던 것 같다. 이미 짐작하겠지만, 지금까지도 그의 손은 아주 말짱하다. 나도 그의 손이 지져지길 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트위터에서 그렇게까지 잘난 척했으면, 틀렸다는 걸 인정이라도 하고 상대에게 공격적으로 말한 것을 사과라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찝찝한 마음에 간간이 트위터에서 그를 살펴보게 되었다. 물론 그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평소에 정치나 시사에 관심이 많고 쓴소리도 할 줄 아는 자신은 좀 특별하다는 자긍심을 내보였던 터라, 적잖이 실망이 되었다. 물론 내 생각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당사자가 아니라서 머라 할 수도 없고.

 

혐오 생산자들

나도 언젠가는 저런 상황에 한 번쯤은 처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정말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는 일이 발생했다. 나라에서도 원하지 않는 선택을 했으니. 단순히 백신 맞기 싫다는 말만 해도 무식쟁이나 음모론자 취급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는 상황이고, 잠시 잠깐 실수만 해도 매도당하기 너무 쉬운, 백신 미접종자로서 소수 의견자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당당하게 커밍아웃하는 쪽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다양하게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대부분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잦아들었다. 나는 백신을 안 맞을 뿐,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주변에 코로나19를 전염시킨 적도 없으며, 더욱이 정부가 가지 말란 곳을 들락날락거린 적도 없으니, 당신들의 그런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래도 우려했던 타진요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도 보았다. 페이스북에서 자기들끼리 미접종자들은 백신을 맞으면 피가 자성을 띠게 된다고 생각한다며 비웃고 있었다. 당췌 처음 듣는 얘기였다. 주변에 백신 접종을 꺼려하는 이들과 이 이야기를 공유해봐도, 다들 처음 듣는 얘기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얘기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 어떤 지인이 답해 주었다.

그런 애들끼리 모여서 이상한 음모론만 공유하면서
지들만 맞다고 하는 커뮤니티가 따로 있어요.

아, 백신에 대한 음모론들을 백신 지지자들이 되려 극성스럽게 퍼뜨리는 거였다니. 먼가 역설적이고, 거꾸로인 느낌이다. 페이스북에서 미접종자들에 대한 음모론으로 낄낄대던 이는 마침 아는 이였다. 그것도 어느 정도 인연이 있었던 터라, 댓글을 남겼다. 접종 여부는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게 문제라고. 그랬더니, SNS에서였지만 그 지인이 생각보다 화를 크게 내는 느낌이 전해져 왔다. 바로 그 즉시 나는 손절당했지만, 불쾌감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많이 들었다. 내가 아는 한 그는 많이 착한 사람이었는데, 어쩌다가 타진요 같은 커뮤니티에 갇혀 지내게 되었는지.

 

말꼬리가 길어지면, 믿고 거른다.

타진요 사건 이후로, 나는 자기주장에 말꼬리가 길어지고, 중간에 감탄사나 감정적인 표현들을 남발하는 인사들을 보면 반은 접고 듣는다. TV에 자주 나오던 유명 인사 중에도 딱 이런 타입으로 하나 떠오르는 이가 있다. 말꼬리도 길고, 그 긴 말꼬리 끝에는 적절하지 않은 비유나 비약도 갑자기 툭툭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 부적절한 비유로 인지 왜곡을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다. 그래도 감정적인 표현들은 타진요에 비하면 비교적 우아하게 처리한다. 그의 뱀 같은 혀 놀림에 나도 모르게 순간 빨려 들어가서 듣다가도, 부적절한 비유에 이르러서는 '에이, 양아치'라는 말을 툭 뱉곤 빠져나왔다. 특히 요즘 대선으로 나라가 한창 시끄러운 때라, 이런 저런 얘기나 모습을 듣고 싶지 않아도 듣게 되고,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된다. 이런 불편함한 기분에 케케묵은 옛날 사건을 떠올렸나 보다. 요즘 정치인들이 타진요의 성공적이었던 실험 시나리오를 너무 자주 사용하고 발전시키고들 계셔서.

 

Photo by SarahRichterArt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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