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이 생각해보면, 고민이 아닌 게 없다. 하지 않아도 되는 고민도 많고. 그런 고민들의 중심에는 대개 사람들과의 부딪침이 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는 큰 행복감을 주기도 하지만, 잘못되면 또 그런 지옥이 없다. 나 자신이 형편없다고 생각했던 순간에는 사람들에 대한 큰 실망을 마주하게 된다. 내가 얼마나 매력이 없으면, 내 주변에는 이런 사람만 보이는 걸까? 내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외주 개발자가 돈을 3배나 더 달라고 배짱을 부렸을까?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이면 관계를 이렇게밖에 만들지 못했을까? 자책하다 보면 끝이 없는 땅 밑으로 가라앉게 된다.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어서 그런지, 초면인 사람들을 궁금해하지 않는 편이다. 알게 되면 궁금한 게 생기는 편이랄까. 호감이 가면 궁금한 게 생기기도 하겠지만. 그런 이유로 다소 소극적인 사람으로 비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 함께 하거나 목적이 있는 모임에서 생기를 띠게 된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궁금한 게 생기니까 편해진다. 오다가다 자주 마주치고 얘기 몇 번 나누는 정도로는 여전히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낯설게 지내다 보면, 어느 틈에 무리에서 외톨이가 된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나마 혼자여도 괜찮아서 다행이다.
그뿐인가? 안지 얼마 안 된 사람보다 오래 안 사람을 더 챙겨주는 편이다. 꼭 오래 안다고 더 친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의미이다. 어찌 보면 습관적인 행동으로 오래 안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은 탓일 거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지만, 어떤 이가 섭섭한 눈치를 주어 알게 되었다 해도 변할 것은 없다. 문득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지만, 동시에 그렇지 않았던 누군가가 머릿속에서 올라오니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어차피 사람들은 다 다를 테니.
나는 요즘 이전과 다른 관계 만들기에 노력 중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내게 맞는 올바른 관계 맺기'일 것이다. 그래서 내 행동이지만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서 보듯이, 사람들 속에 반응하고 있는 나를 관찰할 때가 있다. 내가 또다시 세상에 맞추어 달라지려고 하는 건가? 그렇지 않다.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다. 눈치가 보여서 마음과 다르게 행동하고 있는지, 배려한다고 나를 뒤로 밀어내고 있지 않는지, 나답게 행동했을 때 상대방은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하는지, 그 결과가 내게 올바른 것인지 등등.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을 내게 맞추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나다움과 어울려지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내게 맞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나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관계에 둘러싸여 있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제 앞으로 만들어질 관계들은 나다움의 발자취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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