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사업을 정리하고 정적이 흐르는 사무실에 혼자 앉아있으니, 내 안에서 많은 생각들이 방울방울, 기포처럼 올라왔다. 그중에서도 주로 나 자신에 대한 실망들이 그 기포들을 타고 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비루했던 사업을 정리하다 보니 후회되는 게 어디 한두개였으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그 후회의 이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후회에는 사업 자체는 포함되지 않았고, 오히려 감사한 점들이 많았다. 나를 성장시킨 것은 분명 사업이었으니까. 그보다는 미처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못하고 보내야 했던 시간들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지금은 왜 그랬을까 보다는 다르게 살아보자라는 마음이다. 이미 다르게 살아보려다 작지 않은 실수들을 많이 했지만, 여전히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하고풍거 삭다해라
철인왕후를 참 즐겁게 봤다. 배우 신혜선이 극 중에 임신을 하고는 한껏 모성애가 부풀어올라 태중의 아이에게 한 말이다. 왠지 당시의 내 귀에 꽂히는 말이었기에, 2021년은 가급적이면 하고풍거 삭다 해보려고 많이 노력했다. 코로나 때문에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시도는 많이 해봤다. 아마도 2022년에도 계속해서 하겠지만, 이전보다는 좀 더 선택과 집중이 되는 모습이 될 것 같다. 언젠가는 그 '하고풍거'들이 무엇이었는지 공개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비밀. 알아야 할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다만 모든 걸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본질에 집중해라
우연히 임요한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철저히 자신의 관심 중심으로 움직였던 사람으로 보였다. 타인과의 관계나 사회생활 측면에서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성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타고나게도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 탄탄한 사람으로 보인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고 본질을 쫓았으니까. 그에 비해 나는 은근히 남 눈치를 많이 보았다는 반성이 든다.
돌이켜보면, 나는 지난 3년 동안 그 본질에 집중하려는 연습을 하고 살았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기존 습관을 바로 버린다는 것은 솔직히 많이 어려웠다. 잡스러운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자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근육은 몸에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본래의 나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마음에도 근육이 필요하고 신경세포가 필요했다. 나는 3년간 그런 걸 만들고 있었나 보다.
내키지 않는다면 관심조차도 거두자, 좀 잘못된 결과를 낳는다 해도 뒤돌아보지 말자, 이런 말들을 속으로 자주 되뇌어 보기도 했다. 나는 무엇으로 살아가고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나는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경험들을 좋아했고, 솔직한 것을 좋아하고, 약속은 지켜져야 좋고, 상식적인 기대가 충족되는 것에서 안전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본래의 나로 회귀하려다 보니 예상외의 부딪힘을 곳곳에서 발견한다. '아, 내가 이래서 점점 행동을 바꾸었던 거구나'라는 아주 먼 과거의 나를 만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때는 사회에 나를 맞추려고 그랬겠지라며, 일종의 퇴행 같은 지금의 행동조차도 나쁘지 않은 시도라고 자위한다. 과거의 나는 충분히 남을 신경 쓰고 살았으니, 적어도 앞으로 10년 동안은 본질에 집중하리라. 그렇게 살다 보면 내 주변의 사람들도 달라져 있을 것 같다. 보는 사람들 자체가 바뀐다기보다는 관계의 특성 위주로 바뀌겠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계획들은?
역시 비밀이다. 아니다. 지금도 만들어보고 있으니, 정리가 되면 공유해볼 수도, 불편하면 안 할 수도. 내 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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