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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다

[글쓰기24일] 요즘 낮에 살 집 보러 다닌다.

by 셜리 2021.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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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낮에 살 집을 찾고 있다. 그런 지도 거의 2년이 다 되었다. 집 보러 다닐 때는 가격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비싼 집을 살 능력이 되냐고? 그건 아니다만, 집 보는데 입장료 받지도 않으니 당당하게 보러 다닌다. 코시국 덕분에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경험해본 바에 의하면 27억짜리 집이든 5억짜리 집이든 생각보다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우선은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27억짜리 집의 디테일은 매우 고급지긴 했다. 그러나 집의 가치는 그 집의 위치와 전체적인 집 구조가 더 중요한 터라, 잘만 찾을 수 있다면 싼 집도 더 가치 있을 수 있는 희망으로 여기저기 다녀보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그토록 원하는 꿈의 집은 어떤 곳인지 이야기해보고 싶다.

첫째, 그 집이 속한 동네가 마음에 들어야 한다.

대표적인 이상형 동네로 인덕원 근처 동편마을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그곳은 빛을 담고 있는 오목하게 넓고 큰 접시같이 생긴 동네라고 말하고 싶다. 산 바로 아래에 폭 쌓여있는데도, 어디 하나 그늘진 데가 없이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동네이다. 그 동네를 설계한 이를 만나볼 수 있다면, 사인이라도 꼭 받아두고 싶다. 난 당신의 팬이라는 말과 함께.

 

잘만 찾은다면 싼 집도 더 가치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아주 모범적인 예시가 되는 동네인 것이다. 내가 그곳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사볼만한 아파트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꿈도 꿀 수 없게 되어버렸다. 집값이 미친 듯이 오르기 전부터 이곳은 약간 덜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기에.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부동산 대박을 꿈꾸는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과는 전혀 무관하게 마을 보자마자 무조건 반한 경우였을 뿐이었다. 그래서 꼭 여기서 살고 싶으니 지금 사는 집은 팔던, 전세를 주던, 어쨌든 간에 이곳에서 아무 곳이나 되는대로 찍어서 이사오자고 어머니께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어머니 또한 결사반대를 하셔서 이루지 못했다.

 

지나간 이상형은 뒤로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내가 꿈꾸는 집에 집중해보자. 마을 한가운데에 실개천이 흐르고 그 건너편으로는 작은 집들이 올망졸망 보이는 위치에 내 집이 위치해 있으면 좋겠다. 그 뒤로 크기는 상관없지만, 산새가 예쁘게 놓여 있고, 마을에는 흥미로운 상점들과 그 사이로의 올망졸망한 길들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동네 양쪽 끝은 막힌 데가 없이 모두 뚫려서 그 밖을 나가면 번잡하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 도시가 있어야 한다. 즉, 그 도시에는 필요한 것들을 잘 갖추고 있으면서, 예를 들어 한남동이나 이태원 혹은 삼청동 같이 재미있는 것들을 자주 접할 수 있는 곳들이 많이 있다면 더욱 좋다. 욕심이 많아 보이겠지만, 어떤가? 일단 꿈꾸는 데 수수료가 붙는 것도 아니니.

 

그 이유는 심심하지 않기 위해서다. 자연과 가까운 집들은 의외로 외로워 보이거나, 때로는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 곳에 있는 큰 건물의 사무실도 똑같이 외롭다. 그런 외로움을 주는 공간은 싫다. 그래서 자연과 가까운 지도 보지만, 외로운 느낌을 주는 지도 나는 반드시 살펴보곤 한다. 그건 동네 한 바퀴를 천천히 돌면서 30분 정도 두리번거리며 다녀보면 금방 파악이 된다. 그런 관점으로 고른 현재 내 사무실은 1년 내내 혼자 있어도 절대 외롭지 않은 공간이다. 내 공간에 방문해본 이들이라면 내가 왜 이렇게 말하는지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행복한 에너지를 주는 공간이다.

 

둘째, 전원주택이 희망이나, 아파트의 편리함을 놓칠 수 없다.

놓칠 수 없다기보다는, 자신이 없다.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은 크나, 그 주택을 관리할 자신이 없다. 그렇기에 자주 보러 다니는 집들이 저층 아파트나 대단지 타운하우스 위주로 보러 다니게 된다. 그러나 타운하우스의 안 좋은 점은 계단이 많다는 거다. 사람마다 호볼호가 있겠지만, 타운하우스는 계단 빼고는 내 기준에 어느 정도 부합되는 편이라 늘 고민이 되곤 한다. 지금은 별 상관없겠지만, 60대가 되면 계단들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2층 집 정도면 괜찮지 싶은데, 대부분의 집들이 3층 이상인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게다가 요즘 가격마저 비싸졌다. 불과 2년 전에 보러 다닐 때도 집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아무거나 빚을 내서라도 사두었다면 지금쯤은 2억은 벌었겠다는 것이 현실이지 않은가? 투자가 아니라 살고 싶은 곳을 찾으러 다니다 보니, 선택하지 않은 것뿐이지만, 결과적으로 더 엄두를 내기 어려워졌다. 요즘은 또 꼭지라는 얘기들이 들려오지만, 언제든 마음에 들고 내가 살 수 있는 가격대라면 사는 게 맞지 싶다.

 

셋째, 집안에서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 그려져야 한다.

나는 벽난로에 대한 로망이 있다. 꼭 비싼 정식적인 벽난로가 아니어도 좋다. 아무튼 그 비슷한 걸 마련해서, 이것저것 구워 먹고 싶다. 고구마도 구워 먹고, 떡도 구워 먹고, 밤도 구워 먹고, '김치전도 덥혀 먹을 거다'라고 쓰고 구워 먹을 심산이라는 게 솔직한 마음의 소리이다.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행복해진다. 그런 날이 빨리 와야 할 텐데 말이다.

 

한 층은 작업 공간과 주방이 있어서, 일하고 먹고를 다 해결할 것이다. 하는 일은 무언가를 만들어서 발표하거나 론칭하는 일을 하게 되지 싶다. 그래서 일과 관련된 다양한 소품들이 그곳을 채울 것이고, 일하다가 맛있는 요리를 가끔 해 먹는 것도 꽤나 행복한 일이 될 듯싶다. 나는 노년에 살 집을 구하는 것 외에도, 오래도록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있다. 대단한 여유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나는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쉼표를 찍고 있는 김에 새로운 일은 좀 더 나답게 살자에 중점을 두고, 서두르지 않는 마음으로 다양한 시도를 비밀리에 하고 있다. 주로 가까운 이일수록 내가 어떤 걸 실험(?)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다른 한층에는 침실, 쉬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곳에서 다른 방에 노래방 기기도 들여놓아야겠다. 내가 노래를 못 부르지, 노래 부르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포켓볼을 칠 수 있는 당구대도 놓으면 좋겠지만, 음, 이건 좀 너무 나갔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프로젝터까지 구비하면 쉬고 놀기에 완벽하지 않을까? 낮에 와서 일하다 놀다 할 수 있을 거다. 맞다. 여기도 하루 종일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거다. 안전하면서도. 

 

안전과 보온을 위해서 외부에서 쓰이는 외부 전동 블라인드도 문과 창문마다 설치하고 싶다. 외국에서 주로 쓰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여러 가지 목적으로 자금 사정이 허락한다면 꼭 설치하고 싶다. 내가 해외를 오랫동안 나가 있을 수도 있으니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집이 당장 오늘 생겨도 당분간은 어머니와 함께 살아야 해서 밤에는 없을 테니, 더욱 필요하기도 하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나의 불안증 해소에도 도움이 될 거다.  작은 마당에는 햇볕을 쐴 수 있는 작은 의자와 테이블도 놓아야겠지.

 

여기에 빠진 게 뭐가 있을까? 설마 본질이 빠진 건 아니겠지? 언제나 본질이 중요하다. 오늘은 여기까지.

Photo by LUM3N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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