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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다

[글쓰기25일] 나의 망상 : 어디선가 좀비가?

by 셜리 2021.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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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어디선가 좀비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좀비 망상이 머릿속에 떠오른 적이 있긴 했었지만, 이번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그런 생각은 현실이 아니라는 자각이 뚜렷함에도, 어느새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왜 하필이면 '좀비'일까?

예전에 생리전증후군으로 고통받을 때마다 겪었던 이상한 망상이었다. 평상시에는 징그러워서 끝까지 볼 수 없던 좀비 영화였다. 그러나 생리로 고통을 받을 때는 희한하게도 오히려 좀비에게 위로를 받았다고 하면, 정말 이상하게 보이겠지? 스스로도 이상했지만, 정말 그랬다. 생리할 때마다 되살아나는, 그 비릿한 고통들을 좀비들의 고통에 찬 괴성에 투영했던 걸까?

 

이유도 모른 채 두 번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겨가며 고생 고생하다가, 자궁 속에서 자라고 있던 혹들을 제거하는 수술로, 어쩌면 좀비같이 느껴졌던 그 고통들은 연기처럼 사라져 갔다. 동시에 좀비에 대한 망상도 머리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갔다. 그런데 몸 상태가 안 좋거나 불안한 마음이 들면, 정말 좀비처럼 가끔 그 망상이 되살아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뒤를 돌아본다. 머릿속의 좀비가 정말 뒤에 있는지, 그럴 리가 없다고 아는 데도 뒤를 돌아본다.

 

Photo by 27707 on Pixabay

 

정신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그러기에는 좀 애매하다. 대신에 나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는 몇 가지 행동들을 한다. 예를 들어, 맛있는 걸 먹는다거나, 차라리 '부산행'같은 좀비 영화 하나를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 마음속에서는 그게 현실인데'라는 나만 느끼는 현실감을 보게 된다. 일종의 이열치열과 같은 방법일 수 있겠다. 또 다른 행동으로는 내가 집의 보안이나 안전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는 것이다. 문이 잘 닫혀있는지, 열리지 않았는지 여러 번 확인을 하게 된다.  '혹시 몰라, 언젠가 미래에 그런 상황을 맞닥뜨릴지도 모르니 말이야'라고 내 안의 내가 말을 거는 것일 수도 있다.

 

이게 다 어쩌면 코로나 시국의 후유증일지도 모르겠다. 안 좋을 때는 옛날에 아팠던 데가 또 아프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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