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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다

[글쓰기 23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by 셜리 2021.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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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여전히 나이를 많이 따진다. 젊을 때는 나이별로 해야하는 것들이 있고 그런 것들을 강요받는 것에 분노하기도 했다. 어느새 '라떼'보다는 많이 덜해져서 솔직이 전보다 편해졌지만, 나도 그런 사회에 어느 정도 적응해서 살고 있기도 하다. 그래도 본래 친구처럼 지냈던 부모님을 둔 탓에 나이에 비해 덜 변하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서른 살 안팎에 진로 변경을 한 것이 더 그렇게 살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나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살았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역행하는 삶이 되었으니, 이상한 사람이라는 시선도 참 많이 받았다.

 

어린 사람 밑에서 일하는 게 자랑이냐?

작은 규모의 회사였지만, 그 곳에서 면접을 무려 2번이나 본 적이 있었다. 1차 면접에서 받은 질문들 중에 하나가 나이 어린 상사와 함께 일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오래 전이라 구체적인 질문들은 또렷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성의껏 그리고 솔직하게 평소 내 생각을 얘기했던 것은 분명하다. 아마도 나는 늦게 진로를 바꾸면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고, 이미 유사 경험도 있어서 괜찮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오히려 상사가 나이가 어릴 때의 좋은 점도 구체적인 경험을 들어 얘기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면접관의 표정을 보며, 나는 안심을 했다. 그 이유는 나만 괜찮다고 해서 괜찮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은 서로 나이에 대한 터부가 없거나 적어야 서로 편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 경험에서 나는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면접관이 내 상관이 될 수 있어 보여서 더욱 안심이 되었다.  왠지 그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높아갔다.

 

그렇게 1차 면접을 통과하고, 보게 된 2차 면접에는 임원진들은 물론 회사 대표도 나와 있었다. 대표로부터 똑같은 질문이 던져졌다. 나는 동일한 대답을 했고, 그 대표는 바로 이렇게 말했다. '참, 자랑이세요.' 뒤에 서 있던 이전 면접관 얼굴이 빨갛에 물드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등을 꼿꼿이 세우고 앉아있던 나도 슬그머니 자세가 불량해지는 순간이었다. 그 대표 수준이 별로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그 회사를 낮게 보기 시작했었나 보다. 동시에 들었던 생각은, 그렇게 못마땅하면 처음부터 나를 이 면접자리에 부르지 말아야 했을텐데, 참 무례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그날 만만하게 모욕을 주고 싶은 대상을 찾고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운 빠지는 하루였다.

 

'나도 너 같은 대표 밑에서 일하기 싫어.' 물론 속 말이었다. 회사를 나서는데, 사무실에 정리되지 않고 더러운 모습들이 갑자기 눈에 많이 띄었던 것이 인상적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한참 어른이 대등하게 대하는 걸 보니, 당신은 대단한 것같아요.

회사를 다닐 때 부하직원 소개로 IT관련 동호회에 나가게 된 적이 있었다. 대부분 10살 정도 어린 친구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모두 비슷한 분야에서 근무하는 이들이서 관심사가 비슷했기에 함께 리서치와 공부를 함께 해보면서 유익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원래 그렇게 나이로 서열을 가리지 않는 편이었기에 그저 나이가 어리다고 하대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내게는 편한 행동 습관이었다.   처음에는 그 중에 한두명은 나를 어려워하는 이들도 있기는 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편해졌다고 나도 생각했고, 상대방도 그렇게 생각한 것까지는 분명했다. 그래도 끝까지 나이 많은 나를 편하게 대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었는데, 내가 그걸 의식하지 못했었던 것같다. 어느 날 나를 어려워했던 그 한명이 나를 편하게 생각하게 된 다른 이에게 나에 대해 이상한 말을 하는 것을 옆에 있다가 듣게 되었다. "ㅇㅇ씨는 참 대단해요, 한참 어른인 **도 ㅇㅇ씨를 대등하게 대하니까요."라고. 참고로 **는 나다.

 

더욱 놀라웠던 건 그 소리를 듣는 그 다른 이의 으쓱해 하는 표정이었다. 이 상황이 황당하기도 했고, 그저 어이없어 하며 쳐다보기만 했다. '난 원래 이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왠지 그 유치한 상황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조금 후회가 되는 점이 있다. 그 모임의 모두 다가 그렇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특별해'라는 마음으로, 내가 모르는 어떤 기준으로 갈라서 생각하는 경향성이 우리 사회에 생긴 것을 나중에 알게 되어서다.

 

역시 서로 모두가 나이에 대한 터부가 없거나 적어야, 나이와 상관없는 관계가 생기는 것이다. 나이가 어리다고 그들의 사고가 깨인 것인 아니었다.

 

 

반복되었던 똑같은 하루라는 틀에서 벗어나다.

20살 이후부터 쭉 그랬다. 나는 나이 먹어가지만, 친구들 나이는 변하지 않거나, 동일했다. 그렇다고 같이 나이 먹어가는 기존 친구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새로 알게 되는 친구들 연령대가 대체로 비슷했다. 30대때 이런 얘기하면, 내 말의 의도를 이해하기보다 보통 오해를 했다. ' 아, 젊게 사시는구나'정도 혹은 그런 걸 자랑하는 의미로 들었다.

 

하지만 나만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언제나 친구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그 똑같은 얘기를 몇년째 듣고 있게 되는 기분이라니. 그래서 언제부터인지 나는 나이 많은 친구를 사귀어보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잘 안되었다. 점점 나만 어떤 시간의 틀에 갇혀 가는 느낌이랄까?  그러다가 우연히도 그 틀에서 벗어날 기회를 만났다. 그건 사업이었다. 창업은 나조차 몰랐던 내안의 많은 틀들을 모두 깨부수게 되는 고통스런 과정이었다. 그렇게 같혀 있던 시간의 틀을 가볍게 넘고 있는지도 모르게 나는 넘어갔다.

 

그렇다 해도 나는 여전히 내 또래 친구들도 많지 않고, 여전히 어린 이들과 더 어울리게 되는 건 변하지 않았다. 내가 틀이 깨졌다고 생각하는 건, 아는 이들의 연령대가 다양해서져서 일 수도 있지만, 요즘 세상이 변해서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제는 나이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서로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세월 속에서 배웠다. 이제는 동갑이라고 해도 단순하게 동질감을 갖기에는 서로의 삶이 길어져서 우리는 이미 많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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