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물건에 마음을 줄 때가 있어.
노랑 검정 색깔의 동그란 구슬들이 번갈아 있던 구슬 시계를 참 좋아했지. 세수할 때 빼고는 항상 차고 다녔던 시계였어. 그 당시에도 이미 손목 시계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지만, 난 그 알알이 시계가 너무 좋아서 늘 함께 했었지. 일상생활 중에 왼쪽 손목에 놓인 구슬 시계가 시야에 들어오면, 왠지 마음이 흐뭇해졌어. 심지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도 번지곤 했으니까.
안녕?이라고 인사라도 건네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
내 기억에 에스콰이어 시계였는데, 브랜드는 머 그렇게 중요하지 않지. 아무튼 너무 열심히 차고 다닌 탓일까? 어느 날 구슬들을 이어주고 있던 시계줄이 삭아서 파사삭 하고 끊어지면서, 구슬들이 알알이 바닥으로 흩어져 버렸어. 안타까운 마음에 공장에 보내서 다시 구슬을 엮어보려고도 했지. 하지만 이미 단종된 제품이라 가능하지 않다는 말만 되돌아왔어.
그 일로 한달이나 울적한 마음으로 지냈었지. 그토록 좋아했던, 나의 사랑 구슬 시계였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이 세상 어디에도 비슷한 모양과 색상의 시계를 다시는 만날 수 없었어. 내 취향이 꽤나 독특한가봐? 사진으로라도 남겨둘 걸 하는 아쉬움이 드네. 그리울 때 꺼내라도 볼 수 있게. 음, 좀 내가 이상한가?
그 정도 예뻤으면, 리에디션 버전으로라도 나올 법도 한데, 내 눈에만 예뻤나 보네. 인터넷을 뒤져서 간신히 비슷한 모양의 시계를 찾아냈어. 하지만 내 시계처럼 블랙과 골드가 번갈아 보이는 구슬 팔찌 시계는 아니야. 어쩌면 흔할 수도 있는 디자인에 평범한 시계라고 생각 했는데, 어째서인지 없네. 내 입장에서는 정말 신기해.
'소소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쓰기 22일] 남자에 대한 밍밍한 수다 (0) | 2021.12.12 |
---|---|
[글쓰기 20일] 이건 네 거야 : 내 것이라 믿었던 괘종시계 (1) | 2021.12.04 |
[글쓰기17일차] 샘베 과자와 할아버지 (0) | 2021.11.21 |
[글쓰기 13일차] 성인의 낯가림, 부끄럼을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 (0) | 2021.10.20 |
[제주 한달 살기] 서귀포 중문의 건강한 맛을 좀 아는 분께만 추천하는 카페 (0) | 2021.09.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