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달살기를 시작한지 벌써 2주가 넘어가고 있다. 정신 차리고 보니, 기존의 환경과 분리되어 차분하게 자신에게 집중하며 많은 것을 해보리라던 각오가 무색하게 되어가고 있다. 두어명의 지인들의 방문으로 여행과 레저에 더 쏠렸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제주도 한달살기를 꼼꼼히 일기로 기록하기로 한 계획은 벌써 포기했다. 시간순으로 쓰는 것은 이미 어렵게 되었다는 판단이다.
이번 주 초에는 오마이스 폭풍이 착륙했고, 그로 인해 제주도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게다가 이번주 월화수는 오랜 대학원 동기가 방문했다. '네가 폭풍을 몰고 제주도로 왔구나' 라며 놀려대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짧은 휴가 일정으로 방문한 것이기에, 그녀의 제주도 여행을 지켜주어야했다. 그래서 무시하고 돌아다녀보기로 했고, 그녀의 여행 내공 또한 만만치 않아서 이런 때에는 오히려 다행이었다.
막상 다녀보니, 오마이스 폭풍을 뚫고 돌아다닌다고 말하기에는 생각보다는 바람도 적고 비도 적었다. 그러나 산방산 근처 용머리 해안을 걸어보려했으나 입구는 막혀 있었고, 빗속에서도 관광을 할 수 있다는 엉또폭포의 산책길도 폐쇄되었다. 제주도의 분위기는 우리를 거부하는 듯했지만, 굴하지 않고 그 근처를 우회하며 나름의 관광을 할 수 있었다. 실제로는 폭풍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잔잔한 날씨였기에.
우비 소녀(?)들이랄까? V자를 하고 있는 뒤에 보이는 바리케이트가 바로 우리의 용머리 해안 방문을 저지하고 있는 방해물이다.
비 오는 날이 더 좋다는 엉또 폭포였지만, 올 예정(?)이라는 비는 거의 안내린 상태였기에 폭포는 볼 수 없었고, 그곳으로 향하는 숲속 계곡 위의 오솔길은 폭우로 범람의 위험을 대비해 미리 폐쇄된 상태였다. 하지만 다른 마을 길로 돌아서 올라가는 길도 무척 예쁘고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서귀포의 해안도로 주변 위주로 관광했던 터라, 이곳에서 제주도 내륙의 정취를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런 날씨에는 제주도 내륙은 안개가 자욱해져서 약간 신비롭기까지 했다.
숙소로 돌아가지 전, 마지막으로 엉또폭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뜻밖의 발견'이라는 빈티지 카페에 들러서 한숨을 쉬기로 했다. 이때부터 비바람이 조금 거세지기도 했고 특색있는 카페에서 여유를 가져보고 싶기도 했다. 예쁜 볼거리가 많고 특색있는 음료를 팔고 있었지만, 우리가 마신 음료 맛은 좋게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빈티지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쉬엄쉬엄 노닥거리며 스냅챗으로 재미있는 영상찍기 놀이도 하며 그녀의 첫날 여행을 괜찮게 마무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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