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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다

25년만의 제주도에서 디지털 노마드의 첫발을 딛다.

by 셜리 2021.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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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에 1박 2일 일정의 창업교육 워크숍에서 같은 방을 쓰며 긴 얘기를 나누었던 대표님이 있었다. 그때 이후로는 페이스북으로만 소통하였는데, 그것도 아주 가끔 좋아요, 댓글 한두 개 정도만 올려놓은 정도였던 터라, 이 사람이 내가 누군지는 기억이나 할까 싶을 정도로 기억이 희미해지던 차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오랜만에 페이스북 메시지로 말을 걸어왔다. 몇 마디를 주고받다가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 느껴져서 새삼스럽게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지인과 함께 내 사무실로 찾아왔다. 매우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비슷한 IT분야에서 고생을 했던 탓인지, 서로 생각을 공유하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그녀도 나처럼 별로 발전이 없던 사업을 정리하고 휴지기를 갖고 있었다. 그 후로 한번 더 그녀를 만났을 때는 몰타로 함께 어학연수 겸 여행을 떠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안 그래도 나는 디지털 노마드를 생각하고 있던 터라, 그녀의 말에 내  안의 트리거가 당겨졌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기운이 펄펄 솟아났으니.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정리하면 여행 비용은 어렵지 마련할 수 있지 않겠냐는 그녀의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말에 "그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군요"라고 대답을 하며 까르르 함께 웃었다. 어째튼 갈 마음만 먹는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겠다는 의미였다.  다만 그때는 3월 말이었고 언제 떠날 수 있을 지도 장담할 수 없는 코로나 상황이었다. 내년 후반기를 생각한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당장 이번 여름에 제주도 한달 여행을 역제안했다. 내년 후반은 너무 먼 미래니까. 나는 이미 막연하게나마 제주도 여행을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이참에 여러가지 의미에서 테스트베드를 실행해볼 수 있을 것같았다.

 

제주도 한달살기  실험의 핵심 : 우리는 그저 놀러만 가는 건 아니다.

그렇게 뜻하지 않게 서로 의기투합이 되었고, 요즘 나는 틈틈이 여행 계획을 짠다. 우선 나는 승마를 배우고 싶고, 그녀는 카이트 서핑을 배우고 싶다. 우도도 가야 하고, 제주도 지인들도 만나봐야 한다. 게다가 25년 전 이후로 가보지 않은 제주도의 신문물을 어느 정도 경험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새로운 액티비티들도 엄청 늘어난 듯 보였으니.  그리고 남의집 모임도 생각하고 있으나, 그녀가 동의할지는 모르겠다. 한 달 안에 그 모든 걸 다 할 수 있겠냐는 이야기를 이미 들었으니.

 

이번 여행의 핵심이 사실 ‘놀기’는 아니다. 내게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중요한 첫번째 테스트베드로 제주도를 정했다. 굳이 제주도에서 일하는 이유를 만들어 보려 한다. 어떻게 즐겁게, 삶과 조화를 이루며 앞으로 일할 수 있을지를 그곳에서 실험하고 싶다. '그저 여행하고 놀면서 일하면 행복하지 아니하겠는가'가 아니라, 굳이 그곳에서 일하는 이유를 발견하려 한다. 낯선 이와의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노는 일정으로만 채울 수 없는 이유다.

 

현재 내가 우겨서 8월 초에 출발하는 비행기 표는 끊었지만, 그녀가 잡은 중문 근처의 숙소는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솔직히 불안한데, 그녀는 이런 내가 이해가 안되는 듯 하다. 더불어 우리의 나이가 나인지라 각자의 독립된 공간과 시간, 그리고 스타일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도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 중에 계속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시작부터 삐그덕 거리기는 건 싫어서, 그냥 내버려 두고 있다. 숙박할 곳이 없으면 뭐, 제주도 지인 집에서 며칠이라도 폐를 끼쳐볼 생각이다. ㅎㅎㅎ



커밍 수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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