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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다

[제주도 한달 살기] 숙소 근처 의외의 발견 1 : 이정의댁

by 셜리 2021.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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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숙소는 중문 근처 상예동에 위치하고 있다. 작아도 나름 독채인 마을 안의 집을 가성비 좋은 가격에 운 좋게 숙소로 잡을 수 있었다. 나중에 이에 대해 자세히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제주도에 와서 처음에는 여기 저기 구경 다니느라 미처 몰랐는데, 이곳에서 걸어다니는 거리 내에서도 충분히 볼거리와 먹거리가 존재했다는 것을 요며칠 새에 깨닫게 되었다. 

저기 우리 숙소가 보인다.

그중에서도 우리 숙소에서 뒤편인, 엎어지면 코 닿을 데에 위치한 디저트 가게, 

이정의댁.

사실, 왔다갔다 눈에 들어올 때마다 에어비앤비하는 숙소인가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에 들어오는 간판이 쉽게 보이지 않았다. 어제 동네에서 발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점심을 먹기 위해 걸어나갔다가 되돌아오는 길에 자세히 보고나서야, 디저트 가게인 걸 알게 되었으니.  그래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가게라 추측했던 우리의 예상과 달리, 이곳은 인스타그램에서 제법 유명한 곳이었다. 그래도 우리의 예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디저트 가게 뒤로 팬션도 운영하고 있다고 했으니까.

 

이곳에는 다소 뻔뻔한 느낌의 얼룩무늬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며 다니고 있다. 길냥인지, 여기서 키우는 고양이인지는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왠지 포스가 길냥이같기도 하다. 그저 혼자 생각이다. 

 

겉에서 보기에 다소 옅은 핑크색 지붕으로 잔잔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짙은 고동색으로 가득찬 나무 인테리어가 제법 묵직하고 어두운 느낌을 주어서 밖에서 들어오는 밝은 풍경과는 대비되는 느낌을 주고 있다.

잘 보면 고양이가 한자리 터억 차지하고 있다.

원래는 흑임자 케이크를 먹어보고 싶어지만, 이미 다 소진되었다고 해서 '그린'이라고 하는 동그란 무스를 먹어보기도 했다. 안에는 약간의 팥이 들어간 것 같은데, 썰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에스프레소를, 지인은 시나몬플럼(자두+시나몬)이라는 고상한 티를 주문했다. 이곳의 에스프레소에는 내가 좋아하는 고소한 맛이 있었다. 이래뵈도 나는 이탈리아 시골에서 3개월동안 강제로 에스프레소를  학습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쓰디쓴 에스프레소에서 고소한 맛을 식별해내는데에는 최소 한달 이상 걸렸었다. 그렇게 어렵게 알게 된 고소한 에스프레소 맛이지만, 한국에서는 만나기 어렵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 고소한 맛을 비슷하게 내고 있었다. 그리고 시나몬플럼은 깔끔하고 향긋한 맛을 내고 있었다.

 

이쯤 해서 드는 생각으로 '왜 여기 이름이 '이정의댁'일까'를 인터넷에 뒤져보니, 어렵지 않게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주인장의 할머니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원래 집주인이 할머니이신가보다. 

 

과장하지 않고, 정말로 뒤편의 뒤편쯤 되는 위치에 있으니, 제주도를 떠나기 전에 흑임자 케이크는 한번 더 도전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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