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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회고록

04. 창업의 나쁜 사례 : 자아비판

by 셜리 2020.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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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회사를 나오고 프리랜서로 디자인을 계속 했었지만, 안타깝게도 개월 지나지 않아서 크게 아프기 시작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서브 모기지 프라임 사태의 여파가 2008년도 하반기에 한국을 강타했다.  2009 봄이 되면서 외주용역 단가가 4분의 1토막이 났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역시 회사를 나오니 수입이 좋아진다라는 생각으로 즐겁게 밤샘 작업을 했었는데. 생활이 불규칙한 것은 좋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를 만끽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허리에 심각한 통증과 졸도 등의 이유를 없는 여러 병증들이 찾아 와서, 여름에 마지막 프로젝트를 간신히 끝내고는 일을 맡는 자체가 두려워졌다. 서브 모기지 프라임을 핑계로 쉬어야겠다 결심하니, 처음의 괜찮던 수입은 n분의 일이 되어가며 줄어들었다. 서브 모기지 프라임 사태의 충격에 적응이 2009봄 이후에도 여전히  병의 이유를 찾지 못한 의미 있는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디자인 프로젝트라는 것이 일이 들어오면 대개 급하다, 빨리 해달라는 일상적이었던 터라, 밤샘하기 일쑤였는데, 당시의 상태로는 일을 맡는다는 것은 꿈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상태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에 대한 고민이 시기였고, 그러다가 시작한 정부 사업 지원이었고, 그것이 본격적인 창업으로 연결되는 출발점이 되었다.

Photo by StartupStockPhotos on Pixabay

 

2010, 아프고 나니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정말 그랬다. 2009년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내가 속한 IT분야가 2010년도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2009년만 해도 우리 같이 연구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자며, 매달 300만원씩 주겠다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아픈 때문에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거절했었다. 새로운 UX 대해 공부도 하면서, 돈도 있는 기회였지만 어쩔 없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나니, 이미 새로운 플랫폼에 세상은 빠르게 적응해나갔고, 디자인도 스타일이 많이 바뀌고, 내가 새롭게 공부해야 관련 기술이나 지식들이 생겨났다.

 

좀 늦었더라도,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적응해나갈 수도 있었지만, 아직 완전하지 않은 상태가 걱정이 되었다. 2010년에도 여전히 원인을 찾아내지는 못했기에, 내게는 언제 급격한 체력 저하부터 졸도나 마비, 호흡 곤란 등등이 올지 모르는 두려움이 있었다. 겉으로는 많이 티가 나지는 않았지만, 일상생활에 말 못하는 신체적인 불편함이 남아있었다.

 

그러다보니, 혼자서 체력이 조금씩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하게 되었다. 심심풀이로 잡지 만드는 강의를 듣다가 생각지 않게 독립 출판도 경험해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당시에 IT전문가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던 워드프레스 책을 하나 번역해서 책을 내볼까도 생각했었다. 번역이 거의 마무리가 즈음해서 정부지원사업에 선정이 되어버리면서 중단되기는 했지만.

 

만약에 독립 출판을 꾸준히 해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든다.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보니, 여행작가라는 직업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나는 그때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든다. 몸은 좋았지만, 여행은 아프면 쉬어가며 돌아다니면 되니까 괜찮지 않았을까? , 이런 생각 ㅎㅎㅎ..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당시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고, 불안정한 상태 때문에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잘못하면 타지에서 객사할 수도 있으니까.

 

2011 봄에 나는 자궁에 있던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수년간 지긋지긋하게 나를 괴롭혀왔던 질병에서 드디어 해방되게 되었다. 원인을 찾아서 수술했던 것은 아니고, 생리통이 극심해지면서 이상 내버려둘 없다고 생각해서 혹을 제거했는데, 수술하고 보니, 그게 원인이었다는 것을 발견한 케이스이다. 혹을 제거하고 나니, 몸에 있던 만병이 사라졌다. 떨어진 체력과 망가진 몸은 이후 수년에 걸쳐서 회복되었지만, 질병들 자체는 한순간에 사려져서 허무할 정도였다. 진작에 수술할 것을, 자궁은 함부로 여는 것이 아니라고들 해서 망설이다가 허송세월만 꼴이 되었다.

 

IT 디자인을 접목할 있는 아이템으로 본격적인 창업이 시작되었다.

지나고 보니 다양한 시도와 선택지가 있었지만, 어째튼 결과적으로 나는 창업을 선택했다. 한글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한글 그림이라는 주제의 사업계획서 여러 정부지원사업에 시도를 했다. 틈틈이 창업 교육도 받으면서 2년 정도 시도한 끝에 2012년 늦은 봄에 창업성장기술개발지원사업에 선정될 있었고, 일이 내게 실질적인 출발점이 되었다.

 

되돌아보면, 수술 후에 1년 정도 걸쳐서 건강이 회복되면서 스스로도 기운이 좋아졌던 것과 맞물려서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모 개발사로부터 협업 제안도 받는 등, 잠깐이었지만 술술 일이 풀리는 듯한 순간도 있었으니.

 

하지만, 당시에 간과했던 것은 여전히 사업은 내게 부담이었다는 것이다. 당시에 나는 혼자로 팀을 구성하지 않았고, 프리랜서로서 사업을 운영한 경험은 있지만 스타트업 처음이었다.  혼자 이런저런 구상을 하면서 이걸 구체화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단순하게 창업이라는 분야에 발을 디딘 것이다! 내가 생각이 좀 많이 모자랐구나, 탄식을 하게 된다.

 

내게 부족했던 : 경험, 체력, 열정

 

어찌보면 열정이 부족했던 것은 당연할 수도 있었다. 체력이 안되었으니까. 병은 수술로 사라졌지만, 망가진 몸이 회복되는 데는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요구했다. 운동도 하고 좋은 것도 많이 챙겨먹었지만, 결과적으로 한 5년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끔 극복할 정도의 열정으로 뚫고 지나가는 훌륭한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분들도 있지만,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안타깝지만.

 

다행인 지금은 경험도 많아졌고, 체력도 좋아졌다. 그래서 지금은 열정을 쏟아부을 있는 재미있는 것을 느긋하게 찾고 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기로 하니, 마음은 좀 느긋하긴 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현재를 매우 중요한 시기로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Photo by 3cstyle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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