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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다

나는 결정 장애자인가?

by 셜리 2020.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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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니 자주 선택이 어려운, 어쩌면 두려운 순간이 많아졌다. 나이 탓일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든 생각이,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사소한 것 하나도 쉽사리 결정을 못하고 걱정거리를 만들어 하고 있나 한숨이 내쉬어졌다. 이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있었을 때, 나는 운전을 하고 있었다. 웃기게도 그 잡념은 즉석복권을 사냐 마냐에 대한 것이었다. 그것도 2장 살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는 나라니.

 

인생 머 있냐하는 생각으로 운전하던 길에 눈에 들어온 길거리 복권매대 옆에 차를 대고 다가갔다. 이런, 하필이면 문을 닫았다. 그래서 다시 운전대를 잡고 원래 목적지인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근처 복권판매처에 갔다. 오, 문을 닫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폐점을 해서, 가게 공간이 비어있다. 그렇다. 내가 갈등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또야 하는 기분.

"내가 머라도 할라치면 꼭 이런다"

하는 엿같은 기분. 이럴까봐 고작 1000원짜리 복권 2장 사는 것에도 아침 나오는 길에 큰 고민을 한 것이다. 크던 작던 이런 일이 내게는 자주 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래도 마음을 먹었으니, 기어코 멀리 있는 편의점에 들러 샀다. 결과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예상대로 꽝이었으니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폐점되서 텅 빈 공간이 된 가게 같은 순간을 너무 많이 만나서 지금의 나는 우수꽝스러운 결정장애인이 된 걸까? 하지만 오늘 마음 먹은 게 하나 있는데, 이런 잔돌맹이에 신경쓰지 않고, 할 수 있는 거, 하고 싶은 거 하기로 했다. 상처 안받을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해보기로 했다.  결과 따위는 쳐다보지 않겠다. 

 

순간 순간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거를 바로바로 하도록 내 뇌에게 명령을 내릴 것이다. 그럴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거고. 주저하고 불안해하는 시간들이 이제는 너무 혐오스러우니까. 망설여진다면, 차라리 잊어버리는 게 더 낫다.

 

Phto by FrankWinkler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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