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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회고록

01. 쉬고 있는 사업가 : 마침표를 찍다.

by 셜리 2020.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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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1일 아침, 나는 빈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머리가 멍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이 드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곳에 습관처럼 나와 있는 나 자신이 마치 지박령 같이 느껴졌다. 1월 31일 자로 사업을 모두 정리했지만, 이후로도 나는 별 일이 없어도 사무실에 나와서 무언가를 혼자 조금씩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에게 남은 건 무엇일까? 그리고 버려야할 것은? 이런 의문들이 멍하게 사무실에 앉아있던 나에게 방울방울 솓아 올라왔다. 사업하느라 자신도 모르게 저쪽 어딘가 한 귀퉁이에 버려두었던 나를 찾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나를 위로해준답시고 옷을 사거나 여행을 할 수는 없었다. 사업을 그만두고 발견한 나란 사람은 일상적인 것에 대한 욕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머라도 하나 나를 위한 것에 해당이라도 될라치면, 나도 모르게 투자 가치를 따지고 있었다. 헐.

 

어째튼 혼자 사부작 거리며 나를 돌보고 있으니, 전혀 예상 못한 행복감이 올라왔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닐 텐데? 스스로에게 말하면서도 이런 상태가 지금까지 유지되어왔다. 나를 위한, 오롯한 혼자만의 시간이 이렇게 행복할 줄 정말 몰랐다. 코로나 때문에 올해 큰 계획인 세계 여행을 포기해야 했던 건 좀 많이 아쉽지만.

 

지인들은 나를 볼 때마다 앞으로 무얼 할건지 혹은 무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던졌다. 그리고 가끔은 위로의 말을 건네주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내 반응은 '믿기지 않겠지만 혹은 당황스럽지만' 를 단서를 달고는,

"한편으로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행복해"

photo by pasja1000 on Pixabay

라고 말했다. 상대방은 역시 믿기지 않는 반응을 보이기가 일쑤였지만, 내가 워낙 솔직한 사람이라, 신경쓰지 않고 그렇게 대답했다. 덧붙이자면, 내가 이렇게 행복을 느껴도 될 자격이 있나 하는 죄책감마저 들 정도였다. 마음이 안 좋으면서도 행복감도 동시에 느껴졌으니까. 그래도 동병상련이라고, 사업하시는 분들은 내 기분을 자잘 구리 한 설명 없이도 잘 이해해주는 편이었다. 머랄까, 이건 상대적인 행복감인 것 같다. 더 이상 책임감으로 나를 짓누르지 않아도 되니까.

 

그리고 앞으로 머 할거냐는 질문에는

"아무것도 안할 건데? 뭔지 밝힐 수는 없지만 당분간은 공부만 할 거야"

 

그때그때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관심을 가졌다는 말이 좀 더 정확하다. 그 사이에 나는 새로운 사무실로 이사를 했고, 여러 가지 물건들과 통장들 등을 정리하고 버렸다. 그러면서 예상 밖의 보물들(?)을 발견하고는 어이가 없어서 혼자 대박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 나란 사람은 불안하면 이렇게 여기저기에다 뭔가를 묻어두는구나!"

phto by nadjadonauer on Pixabay

 

그리고 다양한 관심사들을 요즘 유튜브로 쉽게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책과 유튜브를 보면서 차분히 공부하는 내 모습이 생소했지만, 빈껍데기 같은 내 속이 차 오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주로 글쓰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기도 역시 내 사업 경험을 정리해서 정보화하려는 데에 있다. 그리고 어쩌면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유익한 정보도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전체 밑글 써둔지 한 달 만에 겨우 첫 장을 어설프게 마쳤다. 생각보다 어려웠다. 잘 쓰려고 그런 것은 아닌데, 수필 형식으로 써보자고 시작해서 그랬나 보다. 다음 글은 내가 사업 정리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인 법인 정리 업무에 대해서 써보려 한다. 폐업하는 사업가들이 생각보다 잘 저지르는 실수인데, 다 잊고 싶다고 잠적부터 한다면, 법인 사업자의 경우에는 나중에 큰 곤경에 처할 수 있으니, 특히 폐업을 고려하는 분들이 있다면 꼭 읽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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