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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리뷰] 남산의 부장들 : 코로나19때문에서 이제서야 챙겨본 영화

by 셜리 2020.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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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수 500만을 목전에 두고 코로나19가 창궐하는 바람에 보지 못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 입니다. 꼭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잠깐 미적거리는 사이에 시기를 놓쳐서 못봤답니다. 김재규의 박정희 대통령과 차지철 암살 사건을 다룬 영화라고 개봉 전부터 시끌시끌 했죠?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역사적인 관심보다는 오로지 이병헌 연기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죠. 제가 이병헌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늘 기대가 되는 배우이죠. 많은 사람들이 비슷할 겁니다. 그에게는 개인적 말썽거리들이 제법 있지만, 연기력 만큼은 갑 오브 갑, 그 모든 허물을 극복하는 그만이 갖고 있는 스킬일 듯합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제 눈에는 그 당시의 미장센들이 제 마음을 콕콕 찌르네요.  제가 아주 어렸을 때로 7080의 향수가 곳곳에서 스며나옵니다. 저도 박정희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은 날 몹시 슬프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었습니다. 따로 정치적인 의견을 갖고 있지 않은 한 다들 비슷했을 겁니다. 다른 사건이지만 TV에서 암살자가 쏜 총을 잽싸게 피하던 대통령의 모습이나 뒤에 앉아 있던 영부인이 쓰러지는 모습도 어릴 적 강렬한 기억 중에 하나죠.  아, 이쯤에서 내 나이가 나오겠네 ㅋ

 

7080의 느낌을 아주 잘 담은 섬세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의 답답하고 경직된 느낌, 어쩌면 냄새까지 담았다고 느껴지는 건 제가 기억을 하고 있기 때문일지도요. 극 중에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이 미국에서 내뱉은 대사 하나가 귀에 밖히는데요,

 

"아, 자유롭다아, 자유로워..."

정말 그때는 자유롭지 않았거든요. 제 기억에 야간 통금 시간도 있었고, 그때쯤이면 온 나라에서 싸이렌이 울려퍼지고 그랬습니다. 아 이거 "라떼는...(말이야)"이 나오고 말았네요. ㅋㅋㅋ 무튼 그래서 극중의 곽도원처럼 국민 대다수가 미국에서나 볼 수 있는 자유의 향기를 엄청 동경했답니다. 그런 느낌이 막 영화에서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랄까요?

 

 

영화 속에서 독재자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저지르게 되는 독선이나 타락, 혹은 비정함(?)이 어떤 것인지 잘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어느쪽이든 다소 편파적인 내용이 담겨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적인 판단을 담지 않고도 감독의 영화적 상상력으로 담담하게 잘 풀어나갔습니다. 요즘 좌파니 우파니 하면서 시끄럽잖아요. 먼가 어느쪽이든 주장이 강하게 담기면 영화는 굉장히 어색해집니다. 그래서 최근에 폭망한 영화들이 몇개가 있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조금 실망스러웠던 부분 중의 하나는 첫장면(인트로)인데요. 좀 어설퍼보였달까요? 저는 영화 첫장면이 영화의 품질이 많이 좌우한다고 생각하는데. 중요한 부분이라 대통령을 시해하기 전 장면으로 시작한 듯한데, 저는 이 장면에서 영화에 대한 기대가 조금 저하됐습니다. 뒤이어 나온 자막들도 머랄까, 매우 설명적인 역사 공부하는 고루한 느낌?

 

또 하나는 주인공 김규평(이병헌)의 인간적인 갈등이나 살인 동기 등도 조금은 부족하게 보입니다. 일반인이라면 충분한 동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당시의 엄혹한 시대적 분위기로 보나, 중앙정보부장이나 되는 사람이 뒤로 도망갈 구멍도 만들어두지 않고 그런 동기만으로 일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그래서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김재규의 시해 동기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런 사람들의 상상력을 채워주기에는 조금 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총평으로, 곳곳에서 나타나는 역사 설명하는 식의 장면들을 배재하고 좀더 드라적인 요소를 가미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명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고, 영화가 주는 시대적 미장센의 정말 섬세한 표현이 돋보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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