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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회고록

09. 계약서를 잘 써도 사고 날 수 있다.

by 셜리 2020.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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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이거나 을이거나 상관없이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모두 조심스러워진다. 요즘 어쩌다보니, 갑과 을이 정해진 것처럼 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럴 때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갑질하는 하는 인성이 있는 거지, 위치가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 내가 한 말이지만, 스스로 생각해봐도 명언이다. 민망하지만. 불쾌하고 시간 낭비가 되는 사고를 막으려면, 계약서를 잘 작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잘 작성해도 사고가 날 수는 있다. 특히 작은 회사나 개인들 간에 비일비재하지 않을까 싶다. 계약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는 이들이 많은 탓일 것이다.

근거를 잘 마련해두자.

어려울 때는 이것만이 살길이지 싶다. 그렇다면 어떻게 근거를 잘 마련하지? 싶을 것이다. 

 

  • 회의 녹화 : 회의는 항상 음성이나 영상 녹화를 해두고, 날짜별로 잘 정리한다. 요즘같은 경우에는 비대면 회의 경우에는 영상으로 녹화하기 더 쉬우니, 오히려 부담은 적을 듯하다.
  • 메신저 대화 저장 : 카톡같은 메신저 대화 중에 중요한 부분은 자주 캡쳐로 저장해둔다. 물론 전체 대화를 저장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나중에 만약의 사고가 났을 때는 막상 찾기 어렵다.
  • 업무 이메일 : 주고 받은 업무 이메일은 가급적이면 삭제하지 않는다. 본인이 보낸 이메일도 따로 저장해두면 좋다.
  • 이미 사고가 난 이후라도 위에 것들을 모두 저장해두기 : 내 경우에는 직원들에게 요청해서 각각의 카톡 메세지 내용을 캡쳐해서 내게 보내도록 지시를 한 적이 있다.

계약서의 소유권 명시도 명확히 해놓았지만, 막무가내로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던 외주 개발자 얼굴이 떠오른다. 개발이 끝나갈 무렵에 자신이 빠지면 전체가 망가질 것을 이용해서 계약금의 3배의 돈을 내놓으라고 주장하면서. 참 독한 상황이었는데, 나는 위와 같이 해서 잘 버텨낼 수 있었다. 일이 중요했기에 법의 힘까지 빌리지는 않았지만, 어려운 시기에는 증거 자료라도 잘 확보해놓아서 마음의 기댈 곳이 되어주었던 탓이다.

 

실제로도 또 다른 개발 사고가 법적 다툼까지 간 사례가 있었을 때도 위와 같은 근거들이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원래 법적 다툼은 죄가 없는 자를 이길 수 없다. 게다가 근거까지 확실하게 정리해놓았다면 특히나.

 

이런 경험들도 알게 된 것이 한가지가 있다. 계약서 작성할 때 주의할 것은 매우 많지만

손해배상 정의

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최소 3배 정도는 하거나 5배로 설정하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법은 처벌이 미약하다. 그래서 자신의 위치가 갑이든 을이든 상관없이 문제가 생기면 손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비해, 그걸 보충할 방법이 별로 없다. 이럴 때 계약서 이 부분이 명확히 되어 있으면, 피해자가 어느쪽이던, 조금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이런 부분에서 너무 가혹하다 생각해서 "손해배상 처리한다" 정도로만 써놓았었는데, 나중에 후회가 되었다. 생각보다 법은 최소한의 것만 처벌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내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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