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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재도전] 도파민 단식 6일차와 그간의 사건들, 그리고 깨달음 하나

by 셜리 2021.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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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단식을 시작한지, 오늘이 6일차.

 

전에 경험해본 바로는 도파민 단식은 처음 10일까지가 가장 힘들다. 그러니까 지금이 한창 힘들 때지! 마음도 평소보다 더 많이 불안해져서인지, 어제와 오늘 작지만은 않은 "사건"으로 열폭하다가 간신히 이성의 끈을 잡을 수 있었다.

 

게다가 6일동안 온전하게 도파민 단식을 잘 지켰다고 볼 수도 없다. 그래도 50% 이상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으니,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이렇게 지키지 못하는 것보다는 지켜지는 게 늘어나는 것에 집중해서 10일을 넘기다보면, 어느 순간 쉬워질 수 있다. 이미 경험을 했기에 나름의 확신이 있어서, 이런 것들에 대한 죄책감이나 스트레스는 훨씬 덜하다.

 

다시 돌아가서 그 작지만은 않았던 "사건"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지난 수요일(3일차)에는 이상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아침부터 송장 프린터는 한개를 제외하고 그날의 인쇄 분량을 마치고는 갑자기 USB 인식 불량이라는 고장 메세지와 함께 멈추어버렸다. 이에 우선은 급한대로 부족한 한장을 수기로 써서 주문 들어온 물건들을 모두 패키지하고 발송을 끝냈다. 중간에 어떻게든 고쳐서 써보려 노력하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하게 되었다. 그래서 하는 일 없이, 아니 성과없이 바쁜 하루가 되어버렸지.

 

늦은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여유가 생겨서 고쳐보려고 송장 프린터의 드라이버 CD를 아이맥에 넣고 구동시키는 순간, 기억이 났다. 아, 아이맥이 오래되어서 그런지, 오랜동안 CD플레이어를 안써서 그런지, 이미 망가져 있었다는 사실이! 그런데 너무 늦었다. 이미 넣어버렸으니까! CD는 인식도 안되면서, 끅끅 되더니, 컴퓨터가 멈춰버렸다. 몇번을 재구동해도 마찬가지. 그래서 내 사무실에 있는 기준으로 최신형 컴퓨터를 오랜만에 부팅시켰다. 아,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분명히 돌아가는 엔진의 진동은 느껴지는데, 모니터가 까맣다. 안켜지고 있는 거다. 본체의 문제인지, 단순 모니터의 문제인지, 아무튼 하필이면 이 순간에 2번째 컴퓨터도 먹통이라는 거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문제가 멀까? 라고 자신에게 물어봤다. 이 컴퓨터는 정말 오랜만에 구동시켰지만, 고물 컴퓨터는 아니다. 심지어 디자이너가 쓰던 최고 사양의 컴퓨터이다. 만약에 망가진 게 아니라면 다른 문제는 머가 있을까? 이럴 때는 일반적으로 전원을 공급하는 선들을 체크하는 게 우선이다. 역시 내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내가 청소하면서 줄을 툭툭 쳤나보다. 연결이 느슨해진 곳을 발견했고, 그 부분을 잘 연결해주니, 모니터에 초기 화면이 나타나신다, 야호!

 

이쯤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은 나는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렇다면 아이맥은? 애플센터에 가서 꺼내야 하나? 아니다. 귀찮다, 힘들다. 나는 아이맥에 부트캠프로 윈도우7을 깔고 쓰고 있다. 그래, 맥 OS로 부팅해보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유는? 아이맥 문제는 맥OS로 해결이 더 잘되는 편이니까. 다행히 내 예상대로 CD 꺼내는 화살표 버튼이 잘 작동해서 CD가 무사히 나왔다.

 

이때는 이미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퇴근하고 다음날 목요일에 출근해서 다시 머리를 짰다. 송장 프린터를 고치기 위해서. 검색을 해보니, 중국산 짝퉁이라 몇개월 쓰면 USB가 망가지는 오류가 많으니 꼭 정품 쓰라는 포스트가 보인다. 아, 그럼 다시 사야 하나? 며칠 기다려야 하잖아? 또 뒤져보니 외부를 뜯어서 고치는 걸 보여주는 포스트가 있다. 음... 그렇다면 가까운 수리센터를 찾아봐야 하나? 포스트를 꼼꼼히 보니, 그 수리센터는 멀고 먼 지방이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수리센터 정보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다시 다른 포스트를 찾아보았다. 드라이버 프로그램을 제거하고 다시 깔아보란다. 이게 당장 해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네~~ 정말, 정말, 정말 다행하게도 그렇게 하니 해결이 되었다!

 

이로써 수요일에 벌어진 많은 불행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잘 해결되었다고,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저녁 늦게 구매자로부터 물건을 받지 못했다는 메세지가 날아왔다. 그날이다. 수요일에 발송한 거다. 롯데 택배 시스템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택배기사님이 무려 5건을 등록하지 않았다!!! 이건 등록도 되지 않았으니, 기사님이 잡아떼면 보상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오늘 토요일 오전에 해결하려고 택배 기사님과도 약간 티격 거리는 통화의 끝으로 서로의 공간을 더 찾아보기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롯데 택배 시스템에서 송장번호를 발행했다는 것은 이미 송장 프린터로 인쇄를 마쳤다는 거다. 그러므로 인쇄가 되지 않았을 리가 없고, 인쇄 된 것을 내가 사용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래서 가능성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1. 송장 프린터가 다 프린트한 것이 아니라, 중간에 망가져서 이후에 5개를 인쇄하지 않았다. ==>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2. 프린트는 되었으나, 내가 잊어먹고 패키지를 하지 않았다.
==> 빠진 5건 중에 하나는 평소와 다른 구성으로 주문한 건이 있어서 내가 패키지를 한 기억이 분명히 있다. ㅠㅠ 안 했다면 사용하지 않은 송장번호가 인쇄된 송장 종이가 사무실 내에서 돌아다녀야 한다. 그런데 없다. 이건 월요일날 더 찾아봐야겠지만, 가능성이 거의 없다.

3. 택배 기사님이 고의로 안하거나, 혹은 나중에 등록하려다가 잊었다.
==> 본인이 아니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 가끔 나중에 등록하려고 가져가는 경우를 몇번 봤었는데, 자기는 항상 그 자리에서 다 등록했다고 한다.

 

급한대로 배송 사고에 대해 구매자 5명에게 양해를 구하느라 오전 시간을 보내고는 속상한 마음에 비슷한 일을 하는 지인과 카톡으로 신세한탄 메세지를 주고 받다가, 생각지 않게 위로를 받게 되었다.

내가 너무 예민했다는 걸 깨달은 거다.

만약에 내 잘못 없이 독박을 쓴 거라고 해도 그래봐야 몇만원 손해다. 나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서 실수가 적은 편이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과 스트레스에 취약했다는 걸 문득 크게 느꼈다. 나는 완벽주의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분명 내게는 그런 면이 있었구나. 그래서 자신에게도 그다지 관대하지 않았던 거고. 최근 들어 스스로를 학대할 때도 있었음을 발견하고 놀랐었는데, 그와 비슷한 맥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인에게도 그렇게 대할 때가 있었을 거다, 특히 내가 잘못한 것이 없을 때는 더욱이.

 

자신에게도 관대하게, 타인에게도 관대해질 필요가 있어,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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